아침엔 조금 쌀쌀한듯 싶었으나
오후엔 폭염주의보 재난문자
언제나 힘든 아침기상.
부모님이 5시에 깨워주셨는데
잠의 유혹이 워낙 강한탓에 알람을 5시 15분에 맞춰서
15분의 단잠을 자려하였으나...이러다 또 데마맞을거야! 데마는 안돼!
하는 강한 의지로 자리를 박차 일어나고 준비해서 인력소를 향했다.
아침출근길은 굉장히 산뜻한 기분이었고 룰루랄라 인력소에 도착해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데
미리 영수증 끊어놓고 어디로 가~~하시던 어제와는 달리
인사도 받는둥 마는둥...
도대체 무슨 일일까 영문도 모른채로 혹시..데마인가...
하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앉아있는데
일전에 함께 현장을 같이 나갔었던 50살 형님이 오셔서
다음엔 무슨 현장나가셨었는지 그런 잡담좀 나누는데
으아니 먼저온 나는...대기타고 그 형님이 먼저 현장에 나가는게아닌가
강한 데마 예감을 느끼다...담배나 한대 피고와야지하고 밖에나가 쪼그려앉아 담배를
태우는데 몇모금 마시고...음미하던중에..소장님이 급하게 나오셔서
얼른 담배태우고 들어와봐! 하시는게 아닌가
다 피울것 뭐 있나 싶어서 아까운 장초를.. 버리고 사무실로 들어가니
한 백발 아저씨를 가리키며 오늘은 이삿짐일이고 13짜리야 사장님 말씀 잘 듣고
열심히 햐. 사장님한테 커피도좀 타다드리고.....
어벙....아 예...커피 타다드리고 이삿짐? 이삿짐이라...이삿짐센터 사장님인데
인원이 펑크나서 오셨나?부터 시작해서 이삿짐 빡세다던데..등..오만가지 생각 하던중
그 사장님이란분은 가자고하셔서 따라나섰다.
따라가는중에 이것저것 여쭤보니 개인이사인데다가 집도 좁고 짐도 없고
이삿짐도 다 싸두셨다고 별거 없다고 하셔서 아 이거 헬파티인줄 알았는데
헤븐일 수 있겠구나...설렁설렁하다가 집 가겠구나 했는데
막상 도착한 집은 굉장히 지저분하고 냄새도 심한데다가 짐정리는 되어있는것보다
안되어 있는게 더 많고 그릇정리할 신문지며 박스도 태부족해서...
아침 여섯시부터 동네 이곳저곳으로 신문이랑 박스동냥하러 다녔다.
요즘 노인분들 파지경쟁이 대단한건지 아침에도 박스랑 신문구경하기도 어려워서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부탁드려서 겨우겨우 얻어내서 가져다 드리고
신문지로 그릇싸는거 도와드리고 박스만드는거 도와드리고...
아 이거..뭔가 잘못되어가고있다... 포장이사아닌가...포장이사는 단가가 셀텐데.....
용달차는 7시에 온다고 했는데 왜 안오지??...
옆에서 아저씨는 에이 시발 모자라네...테프(테이프) 어디갔지? 시발 시발...
아 이거 집안에서 계속 있다간 일도 진행도안되고 냄새도 나고 해서
짐이나 밖으로 빼두자하고 아저씨가 짐정리하고 계시는동안
물건을 밖으로 빼기시작하는데...왠 물건이 이렇게나 많은지...
한참을 낑낑대며 박스며 물건들을 빼면서 이런저런 우여곡절끝에
용달차를 불러서 늦게나마 도착하고 아 이제 일이 좀 수월하겠구나
용달아저씨랑 냉장고빼고 세탁기빼고 짐빼면 금방 끝나겠지 생각했는데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운송용달이라며 차 짐칸에 앉아 물건빼와요 하실뿐
전혀 도와주시진 않았다.
그 얘기를 듣고나니 앞이 캄캄...
백발에 깡마른 아저씨와 먼지 거미줄 그득그득한 냉장고와 가구들을 옮겨야한다고
생각하니 아...집에 가고싶다..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허나 그렇다곤 해도 그럴 수 있는것도 아니니 닥치고 물건을 나르기 시작했는데
아저씨랑 세탁기 빼다가 문틈에 손가락도 찧였다....여전히 쓰라린..
하여간 세탁기 냉장고 단스 책상 수 많은 여행가방...상자...
같이 빼야할것도 혼자 뺴야할것도 짐이 어찌나 많은지
용달아저씨도 광경을보곤 상차에만 1시간은 걸리겠다고
운송운임 4만원에 이러면 손해라면서 투덜거리셨다.
땀흘려가며 짐을 다 싣고나니 운송아저씨 말대로 정말 딱 한시간 걸렸다.
산처럼 쌓인 짐...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물건을 뺀것처럼 반지하집이었으면...하는 맘으로
주인아저씨에게 이사할집이 몇층이에요? 엘리베이터는 있어요?
돌아온 대답은 4층. 옛날건물이라 좁고 엘리베이터도 없어.
...........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려던차에 에이 그래도 동네일이고 동네집들 고만고만한데
별거 있겠어하고 겨우 부여잡고 이사할곳으로 용달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주택가가 아니고 상점가로 들어가는 차...
상점가 꼭대기에 있는 옥탑집이었고 옛 건물이라 계단은 무척 협소하고
짐내려야할길은 유동인구도 많고 차도 많이 왔다갔다 하는 최악의 장소.
체감무게 0.2T은 될 것 같은 냉장고를 저 좁은 계단을 통해 아저씨랑 둘이 올려야한다니?
용달아저씨조차도 이거 사람을 하나 더 불러달라고하던지 해요 안돼...하시기에
사장님 이거 안돼요 사람한명 더 불러주세요. 했더니
지금 부를곳이 어딨냐고 본인은 원래 포장이사하는 친구한테 부탁하려했었는데
그 친구도 안된다는데 어떻게 부르냐고하시기에
매우 다급하게 소장님께 SOS요청하려 통화를 했으나 거의 알아서 하라는식.
이미 일을 나간거 일을 해야지 어쩌냐는식.
그 말을 들으니 내가 얼마안한다고 말해둔것때문에 앞으로도 쭈욱 나오실분들을
보내기 껄끄러운 힘든일을 짬처리하는건가 싶은 생각도좀 들었다.
SOS도 막힌터라 아저씨한테 그럼 품값이라도 더 주시라고 기본 13만원인데 이거
곰빵보다 더 무식한것같다고......5분을 얘기해서 품값 1만원 더 해서 14만원으로 합의보고
일단 냉장고를 들어봤는데....도무지 4층을 이 냉장고를 들고 올라간다는게
이해도 납득도 안되서 계속 투덜거렸다.
아 이거 버리세요...짐이에요...나중에 또 이사할때 어떻게 내리시게요....
3층에 기원에 계시는 할아버님도 나오셔서
아니 이걸 왜 올리냐고...죄다 고물에 다 짐이고 내릴때 사람부르는게 돈 더 든다고
작은걸 하나 사라고 한참을 얘기하셔도 아저씬 고집불통...
무조건 올려야한다는 아저씨랑 실갱이 끝에 아 그럼 냉장고부터 먼저 올려봐야하고
시작....
냉장고 굴리고 계단 중간에 쉬고 틈에 끼이고 쉬면서 계단에서 받치고있을땐
아 냉장고에 압사당하는거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난리 부르스끝에
3시간가까이 걸려서 겨우겨우 냉장고를 올렸다.
냉장고 끝났으니 얼른 부지런히 짐 옮겨야지하고 옮기기시작하는데
점심먹고 하자고 하시기에 아저씨랑 뼈해장국집으로 갔다.
다이어트중이기때문에 평소에 일반식은 절반만 먹고 국물은 잘 안먹으려 하는데
깨끗히 비웠다...냉장고 올리면서 힘도 다 빠지기도했고 힘도 안날것같아서
이래서 밥심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한그릇 싹 비우고 아저씨랑 대화를 나눴는데
아저씨는 93년도에 한국으로 불법체류 들어온 조선족이며(어눌한 말투의 원인을 찾음)
노무현 정부때 실거주 10년 이상된 불체자는 비자를 발급해주도록 법이 바뀌어서
지금은 외국인등록증도 있는 비자발급받은 체류자이고
본인 돈 30만원을 떼먹은 안경쓴사람을 들이 받았다가 안경이 깨지는바람에
징역살이도 해보셨고 하는일은 일당 18만원받는 석공이신데 빡세게 벌어서
사행설 오락실에 돈 다 넣고 와이프돈까지 건드려 와이프는 도망간지 몇년이 됐다고 하셨다.
얘기를 나눠보니 본인도 중독인걸 알고 계셨는데 도무지 못빠져나오시겠다고...
이런저런 얘기하고 아저씨는 밥을 드시다 배는 고픈데 입맛이 없네하고 수저를
내려놓으셔서 계산하고(아저씨가) 나와서 담배한대 피고 잠시 쉬다가
시작합시다 하고 짐을 나르기 시작하는데
옛 건물이라그런지 계단폭도좁고 경사도 굉장히 가파르고 짐도 무겁고 부피큰것들이
제법있고 시간도 12시가 넘어가니 완전 더운 여름날씨라 정말 부지런히 2시간동안
짐을 나르는데...땀에 비오듯해 작업복이 물에 흠뻑 젖은사람처럼 젖었다.
겨우겨우 박스며 잡다한짐들 다 마무리하고 이제 다 썩어가는
책상과 가구 몇가지가 남았기에 너무 힘들어서
집도 좁고 이거 버리시라고했는데 도무지...들어주실 생각이 없는 아저씨.
옷에 거미줄이며 먼지 다 붙혀가며 없는힘 있는힘 쥐어짜내서 가구까지 다 올리고
이제 끝났다 싶었는데, 대뜸 이제 다시 댁에가서 못뺀 장농빼서 버려야한다고...
ㅎ ㅏ, 정말 야속했으나 어쩌겠는가...
땡볕맞아가며 다시 원래집으로 가는길에 물사달라고 부탁드려서
흘린땀 보충하고 가서 장농까지 빼드렸다.
이제 일도 다 마무리됐고해서 계단에 걸터앉아 아저씨랑 이런저런 얘기나누다보니
아저씨가 원래 품값보다 2만원을 더 한 15만원을 현장에서 주려고 하시기에
인력수수료도 있고 직접 주는 시스템이 아니라고 말씀드리다가 인력사무소 10%
똥떼는것에 대해서 얘기하니....아니 지방에서 일하는 내 동생도 만원밖에 안떼는데
10%를때? 현장에 차로 태워다주는것도 아니고?....완전 벼룩의 간을 빼먹네하시면서
현금으로 만원을 주시면서 이건 내가 주는거고 사무소가서 14만원이라고해준다고 하셔서
감사히 받았다.
세상 고집불통에 답도 없어보였던 아저씨가 그렇게 인자해보일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도리어 더 고마워지고 미안해져서 담배값하라며 만원을 더 주시려 하시는데
품값 15만원 처주신것도 감사하다고 사양했다.. 감사하다고 받을걸 그랬나..ㅎㅎ
사무소가서 14만원에 수수료떼고 뭐하고해서 돈받고 아저씨는 들어가시고
작업복이 따로 없기에 5000원에 파는 작업복 한번사고 나머지돈은 바로 통장으로 입금했다.
어제는 집에오니 7시였는데, 오늘은 3시에 마쳐서 집에와 샤워하고 작업복빨래돌려놓고
일기를 쓰는데도 6시가 안됐다...취한다...크으
---
결국 어제 참지못하고 네게 전활 걸었다.
놀라우리만치 차갑고..냉정한 말투.
잘해보려 안간힘 쓰는 내게 본인의 맘도 모르겠다
내가 좋은건지 싫은건지 생각해본적도 없다 아무 생각없다
몰라도 몰라. 뭐 물어보면 그럴수도 있지.
토요일날 만나기도 싫어....
하...
원래 그런 사람인가...너무하구나
그렇게 비수같은말들을 듣다보니
참지못하고 뱉은 말.
너 네가 그렇게 싫어하던 그 사람이랑 똑같은것같다.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이었나싶었으나 이미 뱉은말 엎질러진물
이 말에도 그렇게 생각하던가...하고 단답...
정말 마음이 아프다.
나는 먼저 차서 죄책감 같은것 느끼기 싫어인지
아직 갈아탈 사람을 못찾은건지.
싫어진 이유도 말하지 않고
쌩판 모르는 인터넷친목 모임가면서 잘보이겠다고 염색도 하고...ㅎㅎㅎ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건가
초창기에 말 한마디한마디 너무 착하고 마음이 예쁘고 배려가 참 좋았던 넌 이제
다시 영영 볼 수 없는건가..
모진말을 비오듯 들으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도 이로 인해 포기하기 쉬워질까?...
수첩에 적을때도 마음이 아팠는데...지금은 더 아픈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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